분양가가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으면 대개 같은 답이 돌아옵니다. 땅값이 비싸서.
이 말이 맞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습니다. 문제는 어느 쪽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분양가의 근거가 되는 사업비 명세는 시행사와 금융사, 신탁사만 돌려보는 문서라서 일반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건을 열어봤습니다. 3천억원대, 1,000세대 안팎의 개발사업입니다. 현장명과 회사는 밝히지 않습니다. 다만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이건 한 건입니다. 이 비율이 모든 분양 아파트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정답은 13%”가 아니라, 어느 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구조를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이 사업의 지출 명세 — 총사업비 100원 기준
| 항목 | 비중 |
|---|---|
| 건설비 | 61.3% |
| 토지비 | 13.0% |
| 신탁보수 | 7.9% |
| 금융비용 | 6.0% |
| 판매비 | 4.9% |
| 세금·공과 | 3.7% |
| 기타·예비비 | 2.3% |
| 부담금 | 1.0% |
토지비 13.0%에는 땅값만이 아니라 취득세와 도시계획도로 매입비까지 들어 있습니다. 그걸 다 넣고도 8분의 1을 조금 넘습니다.
그런데 이 13%는 어디서 갈리나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항목마다 지역에 따라 흔들리는 폭이 완전히 다릅니다.
- 건설비는 지역 차이가 작습니다. 공사비는 대체로 연면적 × 평당 공사 단가로 정해지고, 자재비와 인건비는 전국이 비슷한 시장에서 움직입니다. 서울에서 짓든 지방에서 짓든 같은 사양이면 공사비는 크게 안 벌어집니다.
- 토지비는 지역 차이가 큽니다. 같은 규모를 지어도 땅값은 지역에 따라 몇 배가 벌어집니다.
- 금융비용은 사업 기간에 비례합니다. 지역보다 인허가 속도와 분양 속도에 좌우됩니다.
이 세 줄에서 결론이 나옵니다. 토지비 비중은 그 땅이 비싼 동네에 있을수록 커지고, 건설비 비중은 그만큼 눌립니다. 총합이 100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땅값 때문에 분양가가 비싸다”는 말은 땅값이 비싼 지역에서는 맞고,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안 맞습니다. 이 사업은 뒤쪽에 해당합니다. 어느 쪽인지는 지역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 문제이지, 하나의 숫자로 답할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보고 있는 단지가 어느 쪽인지 가늠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 지역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에서 평당 공사비를 빼 보십시오. 남는 금액이 토지비·금융비용·판매비·이익을 전부 감당해야 하는 몫입니다. 이 차액이 작을수록 땅값 비중이 작은 사업이고, 클수록 큰 사업입니다.
지역과 무관하게 반복되는 것 세 가지
비중은 지역마다 달라도, 구조에는 되풀이되는 패턴이 있습니다. 저희가 검토한 사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1. 건설비 안에는 공사비만 있지 않습니다
설계·감리·인입·철거·민원처리가 전부 이 덩어리에 들어갑니다. “평당 공사비 얼마”라는 숫자만 보고 건축비를 가늠하면 실제와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2. 돈 빌리는 값이 땅값보다 클 수 있습니다
이 사업에서는 신탁보수 7.9% + 금융비용 6.0% = 13.9%로, 토지비 13.0%보다 컸습니다. 신탁 대지급이자 연 10.4%, 중도금 대출이자 6.5%가 기준으로 잡혀 있었습니다.
이 항목이 무서운 건 시간에 비례한다는 점입니다. 인허가가 6개월 늦어지면 이 칸이 그대로 불어납니다. 사업방식에 따라 신탁보수와 금융비용은 자리를 바꿉니다 — 신탁형이면 앞이 커지고 PF형이면 뒤가 커집니다. 다만 둘을 합친 값이 사업 기간에 비례한다는 점은 방식과 무관합니다.
3. 아무도 세지 않는 비용이 있습니다
판매비 4.9% 안에 이런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 모델하우스 설치·운영·임차 — 10억대 후반
- 광고비 — 분양수입의 0.66%
- 분양수수료 — 주거 1% · 업무 3% · 상가 5%
- 계약금 대납 이자 — 6억대
모델하우스는 분양이 끝나면 철거하는 건물입니다. 이 돈이 어디서 회수되는지는 분명합니다. 분양가입니다. 이 항목의 존재 자체는 규모가 큰 분양사업이면 대체로 반복됩니다.
그래서 얼마나 남을까
실제로 돌려본 세전이익률입니다. 사업 유형에 따라 이만큼 벌어집니다.
| 사업 유형 | 세전이익률 |
|---|---|
| 상가 복합시설 | 7.1% |
| 아파트 750세대 | 14.8% |
| 대단지 턴어라운드 | 17.5% |
세 건의 결과이지 업계 평균이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끌어낼 수 있는 구조적인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세전이익률은 곧 분양가가 몇 % 떨어져도 버티는가입니다. 이익률 7%인 사업은 분양가가 7% 하락하면 이익이 0이 됩니다. 이 관계는 사업 유형이나 지역과 무관하게 성립합니다. 수입에서 비용을 뺀 것이 이익이고, 비용 대부분이 이미 확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 — 명세를 볼 때 먼저 볼 세 칸
- 건설비 비중 — 이 비중이 높다는 건 땅값이 상대적으로 싼 지역이라는 뜻이고, 동시에 공사비 변동에 사업이 크게 노출돼 있다는 뜻입니다.
- 신탁보수 + 금융비용의 합 — 이 값이 토지비를 넘으면, 그 사업의 최대 리스크는 땅값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 세전이익률 — 버틸 수 있는 분양가 하락폭입니다. 이 한 줄이 없는 사업계획서는 민감도 검토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세 번째 항목은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분양가가 5%만 떨어져도 이익의 33%가 사라지는 계산입니다.
이 글의 한계 — 먼저 밝힙니다
여기 나온 비율은 실제 사업 한 건(이익률은 세 건)의 명세에서 뽑은 것이며, 전국 평균이나 업계 표준이 아닙니다. 지역·사업 유형·사업방식에 따라 각 칸의 비중은 달라집니다.
공개된 통계와 대조한 값은 확보되는 대로 별도 편에서 정리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이 숫자는 “한 사업은 이렇게 짜여 있었다”는 사례로만 읽어 주십시오. 여기서 가져가실 것은 13%라는 숫자가 아니라, 어느 칸이 지역에 따라 움직이고 어느 칸이 그렇지 않은지입니다.
※ 이 글은 특정 물건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수치는 익명화된 사례에서 뽑은 비율이며, 실제 사업 판단 전에는 정식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 명세와 같은 구조로 내 사업을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실무 수지분석표의 지출 8대 분류와 부담금을 그대로 옮겨 뒀습니다. 토지비 비중이 내 사업에서는 몇 %인지 바로 나옵니다.
사업성 검토 계산기
감으로 사지 말고, 숫자로 보자. — 부동산 숫자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