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이라 원래 이렇게 해요.”
이 말을 들으면 대부분 그냥 넘어갑니다. 더 물어보면 까다로운 손님이 될까 봐서요. 계약이 틀어질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안 물어봐서 잃는 게 보증금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물어보지 말고 직접 보시면 됩니다. 예전엔 그게 번거로웠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등기부에는 답이 없습니다
등기부등본을 떼면 갑구에 ‘신탁’이라는 표시가 나옵니다. 소유자는 신탁회사 이름으로 되어 있고, 원래 주인은 ‘위탁자’로 따로 적힙니다.
거기까지입니다. 정작 필요한 것은 등기부에 안 나옵니다.
| 서류 | 적혀 있는 것 | 보증금을 지키는 데 필요한가 |
|---|---|---|
| 등기부등본 | ‘신탁’이라는 표시, 소유자 이름 | 부족합니다 |
| 신탁원부 | 임대 권한 · 동의 조건 · 보증금 계좌 | 여기 있습니다 |
신탁원부는 등기부와 별개 서류입니다. 같이 떼야 합니다.
예전엔 등기소까지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안 뗐습니다. 반차를 내고 등기소에 가는 것보다 계약이 급했으니까요. 그 사이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등기소에서 열람할 수 있습니다. 가는 시간이 사라졌습니다. 안 볼 이유도 같이 사라졌습니다.
열람 순서
- 인터넷등기소 접속
- 부동산 주소로 등기기록 조회
- 갑구에 ‘신탁’ 표시가 있는지 확인
- 있으면 신탁원부를 함께 열람
‘신탁’ 표시가 없으면 여기서 끝입니다. 아래는 볼 필요 없습니다.
원부에서 볼 것은 딱 세 줄입니다
원부는 두껍습니다. 다 읽으실 필요 없습니다. 이 셋만 찾으십시오.
- 임대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 위탁자가 놓을 수 있는지, 수탁자만 가능한지
- 별도 동의가 필요한지 — 필요하다면 누구의 동의인지(수탁자인지 우선수익자인지)
- 보증금 계좌가 누구 명의여야 하는지 — 이게 실제 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지점입니다
이런 문구가 보이면 멈추십시오
원부에 이렇게 적혀 있는데,
- 임대차에 수탁자 또는 우선수익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 보증금은 신탁회사 계좌로 받는다
정작 계약서에는 개인 계좌가 적혀 있다면 — 서면으로 확인받기 전까지 입금하지 마십시오.
“원래 그렇게 한다”는 말은 서류가 아닙니다. 말로 들은 설명은 나중에 남지 않습니다.
부동산에는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대부분 여기서 막히십니다. 확인은 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을 꺼낼지 모르겠어서요.
이 문장을 그대로 쓰십시오.
“신탁원부 열람했는데, 동의서 부분만 확인 부탁드립니다.”
따지는 말이 아니라 확인 요청입니다. 그리고 이미 떼어 본 사람에게는 대충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 한 문장이 대화의 성격을 바꿉니다.
신탁 물건을 피하라는 게 아닙니다
신탁은 매우 흔한 구조입니다. 새 건물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신탁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은 집을 놓치실 필요 없습니다.
문제 있는 물건이 아니라, 확인 안 한 계약이 위험합니다.
떼어 보고 맞으면 그냥 계약하시면 됩니다. 10분이면 끝납니다.
이 글의 한계
여기 적은 것은 ‘무엇을 어디서 확인하는가’라는 절차입니다. 개별 계약의 법률 판단이 아닙니다.
신탁계약의 내용은 건마다 다릅니다. 같은 ‘신탁’이라도 조건이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판단이 필요하다면 전문가에게 해당 물건의 원부를 보여주고 물어보십시오.
계약 전 확인 4단계를 A4 3쪽으로 정리해 뒀습니다. 체크박스가 있어 그대로 따라 하시면 됩니다.
신탁 부동산 계약 전 확인 4단계 (PDF)
지난 편 「등기부에 ‘신탁’ 두 글자가 있으면 집주인이 아닙니다」를 아직 안 보셨다면 먼저 보시는 게 순서입니다.
다음 편은 「전입신고·확정일자 다 했는데 보증금을 못 받는 경우」입니다.
신탁원부를 떼기 전에, 내 보증금이 얼마까지 돌아오는지부터 보셔도 됩니다. 숫자 네 개면 어느 구간인지 나옵니다.
보증금 안전선 계산기
감으로 사지 말고, 숫자로 보자. — 부동산 숫자 읽기